구글이 자사의 지도서비스인 ‘구글 맵(maps.google.com)’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지웠을 뿐만 아니라 동해까지 일본해로 표기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제주도 영어교육도시의 공립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IS)가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된 사회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분강개’다.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인터넷 기사만 봐도 혹은 흥분해서 격앙된 목소리로, 혹은 차분하고 정연한 논조로 분노를 표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만약 그 사이에서 “어째서 일본해는 안 되고 동해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누군가 제기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성난 군중들에게 호되게 뭇매를 맞거나 어떻게 그런 것을 물을 수 있냐는 책망과 힐난에 파묻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당장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 봐도 반응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글이 일본해를 표기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보다 더욱 화를 내며 펄쩍 뛰는 이들도 있을 터.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 번 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이처럼 한 치의 망설임 없는 우리의 태도가 과연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 명백하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민족주의적 사고방식 및 단순한 반일감정에 휩싸인 맹목적인 행동인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화를 내며 펄쩍 뛰면서도 정작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후자의 경우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새삼스러운 질문에까지 조리 있고 명백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세 가지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동해 명칭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이 분쟁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따라서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외국인들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때에 따라서 ‘그런 당연한 것을’이라는 태도가 통하기도 한다. 물론 그 태도가 바람직한가의 여부는 차치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까지 그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강요나 다름없는 것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그리고 그 어떠한 이해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제 3자를 우리는 이해시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봐도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역사적, 지리적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이 당위성을 정말로 이해했다는 것이고 또한 비로소 그의 입장에 진정성과 확신이 담기게 되는 것이다. 설령 애국심과 열정이 넘치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를 들고 출판사에 찾아가서 다짜고짜 동해로 고쳐달라고 말한들 그 근거를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시정요구가 아닌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며 그 애국심마저도 근거 없는 민족주의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말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장을 하면서도 당연히 진정성과 확신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셋째, 분쟁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점검해가며 빈틈없는 논리를 통해 체계화된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우문현답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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