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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08 19:55
(2013 9월 기사)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지 않았습니까?
 글쓴이 : 하나고유채림
조회 : 1,118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은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사, 6·25 참전용사를 비롯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위해 이 나라가 수없이 해온 말이다. 그러나 과연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지 않았을까?

지난 6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전국 남녀 대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사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6·25 전쟁 발발연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응답자는 63.7%에 그쳤다. 무려 3명 중 한 명은 6·25 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이외의 몇몇 설문조사에서는 채 50%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야할 대한민국의 20대들이 한국전쟁이 몇 년도에 발발했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의식 결핍은 비단 20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4월 SBS에서 10~30대 일반인 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방송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청소년이 ‘야스쿠니 신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야스쿠니 신사의 신사가 신사 숙녀 할 때의 신사, 즉 젠틀맨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 ‘위인인 것 같다.’고 답한 것이다. 심지어 ‘위안부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 독립 운동 했던 곳인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보고 눈에 띈다, 예쁘다고 말하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이런 역사 인식의 결여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원인은 바로 허술한 한국사 교육에 있다. 지난 5월 19일 세계일보에서 실시한 서울시내 일반계고와 자율형 사립·공립고 218개교의 2013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실태 조사 결과 178개교(81.7%)가 두 학기에, 40개교(18.3%)는 한 학기에 한국사를 몰아서 편성했다. 특히 90.4%에 달하는 197개교에서는 1학년 때 한국사 수업을 모두 끝낸다. 물론 수업 시수로만 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한 두 학기 편성으로 학생들에게 역사 학습의 중요성과 바른 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교육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내신 성적을 위해 암기 위주의 ‘공부만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본인의 대입과 직결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역사 학습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사 과목의 수능 필수화는 진정한 역사 교육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절대적인 역사 학습량 증진에는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보수 성향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검정 합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교학사의 교과서가 위안부 관련 역사 비중을 크게 축소하고 역사적 인물에 대해 극히 자의적인 해석을 일삼으며 심지어는 인터넷 자료를 무단으로 인용하는 등의 많은 문제가 있었던 까닭이다. 여론이 이를 문제 삼자, 교학사 집필진은 ‘기존의 교과서는 좌편향’, ‘사관을 고칠 생각은 없다’는 등 편협하고 몰상식한 대응으로 다시 한 번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를 왜곡한 것은 사관의 차이로 수용될 수 없다. 이 나라의 미래의 주역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교과서에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은 교과서 집필진이나 교육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사회 전체가 책임 져야 할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전반의 역사인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올해 9월을 마지막으로 나치 전범 용의자에 대한 재판을 끝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잔존하는 친일파와 그들의 행적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도,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에 반한·친일 카페가 버젓이 존재하고, 엄청난 서버 크기의 극우 게시판이 역사왜곡을 일삼는 나라. 이것이 바로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되새길 때이다.

유채림

대한민국 역사에 관한 기사라 관련이 있을 듯 해 올립니다